사는게 다 그런거지 뭐...
by 에미스
[외전] 파우엘
"뭐하는거냐?"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녀석이 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온 집을 뒤지고 다니니 쓰지도 않는 골방에 앉아 바닥에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주저앉은 녀석의 뒤로 긴 은발이 땅에 끌리고 있었지만 녀석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마법진"



녀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하던 일을 계속했다. 바닥에 마법력을 이용해서 마법진을 그려놓고, 거기에 수많은 마법어를 적어놓고 있었다, 녀석의 마법은 내가 가르친 것, 대충 봐도 무슨 용도인지는 알겠지만 그런 걸 그리고 있는 녀석의 의도가 내심 궁금했다.



"마법진? 뭐할려고?"



또 무슨일을 벌이려고 그럴까 싶어 물어봤더니 녀석의 대답은 엉뚱했다. .



"음, 워프대응에... 힐, 큐어, 리저렉션... 뭐 그런 것들이야. 아, 그리고 동결마법도 있군."



대답의 엇갈림에 잠시 황당했지만 도대체 뭐하려는 것인지……. 구급상자라도 만들자는 것인가?






"너 전쟁하러 가냐?"



요즘 은근하게 돌아가는 주변 분위기를 보고 내심 짐작되는 바가 있었지만 한마디 쏘아주곤 생각했다. 왜 하필 여기일까. 자기 집이라던가, 지금 뒤를 봐주고 있는 황태자라던가, 아니면 그를 끔찍하게 아끼는 황제라던가 어디든 있을 텐데… 하지만 녀석의 말을 듣고는 금새 생각을 털어버렸다.



"아무도 내가 네 녀석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넌 비밀무기라고..."


비밀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네 녀석이 비밀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나같이 음침한 사람과 네가 소위 연인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지. 사실 연인이라는 것도 내쪽의 일방적인 생각이지만...


"하긴, 뭐 너같이 괴퍅한 사람이 내 친구라는 것 알아도 믿을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녀석의 확인사살에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거기다 녀석의 ‘친구’라는 표현에 더 기분이 상했다. ‘회색의 은둔자’라 불리우고 음침하다고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 나지만 그런 괴퍅한 놈과 함께 밤을 보내는 너는 그럼 정상이냐? 한마디 쏘아주려는데, 녀석이 손을 탁탁 털더니 옷을 털면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웃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으잇! 그런 표정으로 다가오지 말란 말이닷! 한마디 독설을 쏘아주려던 나는 그만 녀석의 웃는 얼굴에 항복하고야 말았다. ‘빌어먹을, 나는 녀석의 웃는 얼굴에 너무 약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녀석을 끌어안고 키스했다.



"뭐야, 아침부터... 어제밤에 충~분히 즐긴게 아니었던가?"



나를 밀어내며 그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하지만 말투와는 달리 금색 눈에는 따스함과 장난기가 담겨 있었다.



"그건 네 녀석이 내가 깨어날때 옆에 없었기 때문이야..."



말도 안되는 이유지만 내 나름대로는 타당한 이유를 대면서 나는 녀석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훌쩍 안아들고는 내 방으로 향했다. 내게 안긴 그의 몸은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아직 여리고 가벼웠다. 하지만 그는 그 여리고 가벼운 몸에 두개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었다. 아직 어린 두 동생의 목숨.

몸이 약한 황태자 덕분에 아직 성년이 안된 그와 그의 동생에게 쏟아지는 암살의 위협의 대부분은 그의 이복누이들에 의한 것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약한 황태자, 그 다음 계승권을 지닌 어린 황자들, 권력욕에 서슬이 퍼런 누이와 매부들은 먼저 그의 모친을, 그리고 충직한 유모를, 후견인이던 대부를 하나씩 그의 곁에서 떼어냈다.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의지할 곳 없이 궁지에 몰린 그를 구한 것은 의외로 병약한 황태자와 그의 미모에 관심을 가진 황제였다. 황태자는 이복동생들을 황궁의 정원에서 한번 본 후 의외로 한적한 별궁에 거하던 그와 그의 동생들을 자신의 궁으로 불러들여 보호해 주었고, 태어난 후 별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 같던 황제는 의외로 그를 곁에 자주 불러들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미를 탐하는 황제의 광기에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결국에는 손에 넣어 파괴하길 즐기는 황제는 결국 제국제일의 미녀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이복누이를 범해 임신시켰다. 충격으로 반미치광이가 된 황녀는 별궁에 유폐되었고, 약혼자였던 대후는 격노하여 영지로 돌아가 은둔해 버렸다. 황녀는 누구하나 돌보는 이 없이 별궁에서 쓸쓸하게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유폐되었어도 아름다운 누이를 황제는 가끔씩 찾았고 그 결과 태어난 것이 그의 동생들이었다. 금기시된 근친상간의 산물인 아이들이 환영받을리 없었지만 황제에겐 후계자라 할 아들이 1명뿐이었다. 그의 소생은 3남 3녀로, 황태자 시절 가까이 한 후궁들에게서 태어난 두딸과 유일한 정비인 황후에게서 태어난 황태자가 전부로, 누이를 겁탈하여 얻은 2명의 황자와 1명의 황녀도 손이 귀한 황실에서는 계승권을 가진 존재였다. 거기다 병약한 황태자 덕분에 그와 그의 동생은 그 손윗누이들에게는 눈의 가시요, 황권을 노리는 인척들에게는 치워야 할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 녀석을 침대에 눕히고 나는 녀석의 옆에 걸터앉아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녀석을 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도 못하면서 녀석은 가만히 미소짓고만 있었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 미소가 슬프고 아리게 느껴졌다, 나는 녀석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차라리 도망가버려. 그렇게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표정짓지 말고... 그냥 떠나버리란 말이다."


안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평소 같으면 버둥거렸을 녀석이지만 왠지 오늘은 얌전했다. 가만히 내게 몸을 맡기고 안겨오는 녀석의 체온을 느끼면서 나는 녀석을 끌어안은 팔에 좀더 힘을 주었다. 갑자기 슬픔과 함께 분노가 일어났다. 슬픔과 분노로 몸이 굳는 나를 녀석은 조용히 작은 속삭임과 함께 가만히 끌어안았다.




“미안, 파우엘. 용서하기엔 어머니의 눈물이 너무 슬프고. 도망가기엔 내 몸을 흐르는 피에 대한 증오가 너무 깊어......”







일주일 후 외유 중이던 황태자 일행이 자객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황태자는 무사했으나 호위하던 호위기사 20여명과 황태자를 따라 외유에 나섰던 2황자의 사망이 발표되었다. 황자의 사인은 자객의 습격에 의한 치명적인 자상이었으나 자객의 자폭으로 유체가 손실되어 시신을 찾을 수도 없었다. 15세에 불과했으나 총명함과 그 미모로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2황자의 죽음으로 황태자는 황제의 신임을 완전히 잃었고, 동생들인 3황자와 3황녀는 황제의 방관으로 보호자 없이 다시 황궁의 외딴 별궁으로 밀려나 잊혀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연인을 잃었다.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온 것은 피에 젖은 마지막 메세지...




‘남은 두 목숨 이어질 수 있도록......부탁해, 나의...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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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유명한 모 소설의 커플링에서 시작된 것인데....
한때 그 소설의 패러디에 몰두해있었지만...
설정의 여왕답게... 쓴 건 하나도 없고
가계도에 관계도에 인물설정만 잔뜩하던 차에....

'나도 야오이란 거 한번 써보자~!' 란 결의하에 써본 글....

음 하도 많이 비튼 탓에 누구와 누구의 커플링인지 그 형체를 알아볼수 없음....
(등장인물이 누구누구의 커플링인지를 맞춘다면 당신은 천재~!!!)
by 에미스 | 2005/11/25 16:55 | 이런것도...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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